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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FE/Review

[영화 리뷰] 서유쌍기: 월광보합 & 선리기연

1. 월광보합과 선리기연

영화 <서유쌍기> 포스터,  출처: 다음 영화

* 이 포스터는 주성치 주연의 영화 월광보합과 선리기연 시리즈로 (주)극동스크린에서 수입한 영화입니다.

 

 

월광보합과 선리기연 시리즈는 서유기에서 손오공이 삼장법사가 서역으로 불경을 얻으러 가기 전에 있었던 인연에 대한 내용입니다. 본편의 소설 '서유기'와 다르게 내용을 각색한 것이지만, 불교에서의 연에 대한 내용을 담고 있고, 개인적으로 해석한 내용을 공유하고 싶어 이렇게 두 영화에 대한 리뷰를 작성하게 되었습니다. 이 영화는 1995년도에 개봉한 영화이기 때문에 화질이나, 코미디 요소 또는 캐릭터의 연출이 간혹 부담스러울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 내용을 이해하고 음미한다면, 크나큰 여운이 있기에 추천하는 바입니다.

 

2. 약간의 스포를 포함한 줄거리

손오공의 죄를 벌하는 관세음보살과 삼장법사 그리고 손오공의 삼자대면으로 영화는 시작합니다. 자비를 베풀어달라고 간청하는 삼장법사의 요구로 손오공은 인간으로 환생하게 됩니다. 환생한 인간 지존보는 산적들의 두목으로 두 여자 요괴인 춘삼십랑과 백정정을 만나게 되고, 백정 정이라는 요괴와 사랑에 빠지게 됩니다. 백정정이 목숨을 잃을 처지에 빠지자 지존보는 반사동(동굴) 안의 월광보합이라는 도구로 500년 후로 시간이동을 하게 됩니다. 이 선리기연 편에서는 여래불 신등의 심지였던 자하와 그 자하의 몸속에 동시에 존재하는 언니 청하를 만나게 되어 월광보합을 빼앗기게 됩니다. 그것을 되찾는 과정에서 지존보는 자하의 검을 뽑게 되는 일이 생겨버리고, 자신의 검을 뽑는 사람과 연을 맺고 싶어 하는 자하는 지존보에게 고백하지만, 지존보는 백정정과의 사랑 때문에 거절합니다. 이후의 스토리를 통해서 지존보가 죽는 상황이 올 때 자신이 백정정보다 자하를 사랑했음을 깨닫지만, 지존보는 사랑한다는 말을 하지 못했음에 가슴 아파하고 후회합니다. 그렇게 모든 인간사의 연을 끊고 손오공이 다시 되기를 선택한 지존보는 다음과 같은 명대사를 외칩니다.

 

"진정한 사랑이 눈 앞에 나타났을 때 난 이를 소중히 여기지 않았지. 그리고 그걸 잃고 나서야 크게 후회했소.
인간사 가장 큰 고통은 바로 후회요. 만약 하늘에서 다시 기회를 준다면, 사랑한다 말하겠소. 기한을 정하라 한다면, 만 년으로 하겠소."

 

 

3. 영화 해석

사실 어릴적 처음 서유기를 보았을 때, 가장 이해가 되지 않던 요소는 지존보의 사랑이었습니다. 사랑한다는 말을 못 하고 후회하는 지존보의 사랑이 안타깝고 깊은 여운을 남겼지만, 처음의 백정정과의 사랑은 어떻게 된 것인지, 인간은 원래, 여러 사람과 사랑을 한다는 걸 말하는 건지, 알 수 가없었습니다. 하지만 지금에 와서 보니 서유기에서 말하고 싶은 교훈은 불교에서 말하는 연에 대한 내용이라고 생각합니다. 불교에서는 인연을 인간이 필연적으로 갖게 되는 희로애락에 비유합니다. 모든 존재는 새로운 인연을 만나고, 또 시간이 지나면 반드시 이별을 하게 되죠. 월광보합 편에서 지존보가 사랑에 빠지게 되는 이 백정정과의 인연 역시 월광보합으로 이별을 하게 됩니다. 하지만 그 이별은 자하라는 새로운 인연을 맺게 해 주었습니다. 새로운 인연과의 사랑에 빠지지만, 과거의 연에 갇혀있던, 지존보는 자신의 감정을 죽는 순간에 깨닫고 후회하고 아파합니다. 다시 말해서, 영화에서 말하고자 하는 바는 불교의 인연이라고 생각합니다.

 

4. 주관적 해석

앞서 말한바와 같이, 사람은 필연적으로 만남과 이별을 통해 기뻐하고 사랑하고, 아파하고, 슬퍼하며, 후회합니다. 이러한 감정들이 필연적임을 알면, 우리는 기뻐하고 사랑할 때 그 순간을 더 소중히 여기고 아껴줄 수 있습니다. 또 훗날 이별이 오더라도 그 아픔을 완화하는 완충제 작용을 하겠죠. 만약 후회가 없다면 그 고통은 덜 할 것입니다. 마찬가지로, 우리가 맺는 인연은 소중한 것이며, 언젠가는 이별을 하게 되는 날이 옵니다. 그렇다면, 과거에 연연하지 않는 것이 우리가 취해야 할 최선의 자세일 것입니다. 그것이 과거의 소중했던 인연들과의 이별에 고통을 줄이고, 현실에 충실하며 앞으로를 대비하는 그런 삶을 살아가는 방법일 것입니다.